[공감 PLUS] 치유하는 도피 (2013.05)

게시일: 2014. 2. 19 오전 1:50:09

“나는 내 방을 가지고 있는가?” 중고등학교 때, 형제나 자매와 함께 방을 써야 했던 시절, 나만의 방을 가지는 것은 거의 로망에 가까웠다. ‘내 방이 생긴다면, 내 취향에 맞도록 멋지게 꾸며야지’ ‘누구 눈치도 안 보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빵빵 틀어놓을 수 있겠지?’ 소망하는 바도 많았다. 자, 이제 내 손으로 돈을 벌면서, 한사람의 성인으로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지금, 내 방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 방이 있을 가능성이 많겠지만, 결혼을 하고 자녀가 생기게 되면, 내 방을 가질 확률은 오히려 적어진다. 부엌, 화장실, 아이 방, 안방, 거실. 이 중에서, 거기 들어가기만 하면 아무도 나를 방해하지 않는 나만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조직의 임원분은 나만의 공간(서재)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 대출을 받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현재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호소를 하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따라서, 오늘은 공감플러스 독자들에게,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오직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을 전수해드리려고 한다.

이때의 ‘내 방’이란,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골방을 가리킨다. 옆과 뒤를 돌아볼 여유조차 없이 앞으로만 숨차게 달려가고 있는 힘든 일상에서 잠시 도피해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공간과 시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앞으로 뛰어가기도 바쁜데, 왜 갑자기 도피니, 골방이니 생뚱맞은 이야기인가 싶을 수도 있겠다. 현대와 같은 성장 &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쉬어감이란 일종의 퇴보로 느껴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를 치유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면 잠시 그곳에 머무르면서 나를 어루만지는 것이 ‘현명한 도피’가 된다. 성급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쉼 없이 뛰다가 지쳐 주저앉는 것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며 ‘치유적인 쉼’을 갖는 것이 훨씬 더 긴 안목으로 내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